홈페이지 작업을 마치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예쁘게 잘 나왔네요.”
고마운 말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 말을 들을 때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페이지가 검색에서 제대로 읽힐까.’ ‘AI한테 이 병원을 물어보면 이 페이지를 가져다 쓸까.’
화면에 보이는 건 홈페이지의 절반쯤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음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이 음식을 차리는 일과 비슷하다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분은 손님입니다.
손님이 보는 건 접시 위의 음식이지만, 그 음식이 맛있으려면 재료를 고르고, 손질하고, 불을 맞추는 주방에서의 시간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홈페이지도 같습니다.
손님이 보는 건 화면이지만 그 화면이 빨리 뜨는지, 글이 읽기 좋은 순서로 놓여 있는지, 검색엔진이 이 페이지가 무슨 내용인지 알아볼 수 있게 짜여 있는지는 대부분 화면 뒤에서 정해집니다.
음식이 맛있으면 손님은 오래 앉아 있습니다. 다음에 또 옵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도 합니다.
홈페이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들어온 분이 오래 머물고, 그러다 신뢰가 생기고, 다시 찾아오는 것.
그런 신호들을 검색엔진도 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검색이었고, 지금은 AI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홈페이지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검색이었습니다.
네이버나 구글에서 병원 이름이나 진료 이름을 검색했을 때 잘 나오게 하는 것.
흔히 SEO라고 부르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찾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검색창에 단어를 넣는 대신 AI에게 문장으로 물어봅니다.
“우리 동네에서 믿을 만한 치과 알려줘.” “이 시술이랑 저 시술은 뭐가 다른지 쉽게 설명해줘.”
그러면 AI가 여러 홈페이지를 읽고 답을 정리해서 보여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AI는 예쁜 홈페이지를 고르지 않습니다. 읽을 수 있는 홈페이지를 고릅니다.
글이 이미지 안에 박혀 있으면 읽지 못하고, 이 페이지가 어떤 질문에 답하는 페이지인지 구조가 없으면 가져다 쓰지 못합니다.
요즘 GEO, AEO 같은 말이 나오는 이유가 이겁니다. AI가 답을 만들 때 인용할 수 있는 홈페이지, 질문에 바로 답이 되는 홈페이지.
이름은 새롭지만 결국 하는 일은 하나입니다.
사람에게도, 검색엔진에게도, AI에게도 같은 내용이 같은 순서로 읽히게 만드는 것.
그래서 홈페이지의 형태 자체가 예전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면이 같아 보여도 속은 다릅니다.
홈페이지는 겉만 봐서는 잘 모릅니다.
똑같이 깔끔해 보이는 두 홈페이지가 속은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미 만들어진 틀에 사진과 문구만 바꿔 넣은 것이고, 하나는 그 병원에 맞춰 처음부터 짜 올린 것일 수 있습니다.
틀을 쓰면 빠릅니다. 흔히 양산형이라고 부르는데,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틀은 구조가 정해져 있어서 검색엔진이나 AI가 읽는 방식에 맞춰 안쪽을 손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틀을 쓰지 않고 백지에서 시작합니다.
느립니다. 많이 만들지도 못합니다.
대신 페이지 하나하나가 어떤 질문에 답하는지, 어떤 순서로 읽히는지, 어떤 글자가 제목이고 어떤 글자가 설명인지를 코드 단계에서 직접 정합니다.
손님 눈에는 안 보이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검색과 AI에게는 가장 먼저 보이는 부분입니다.
기획에 따라 장점이 보이기도, 안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홈페이지 작업에서 코딩만큼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있습니다.
기획입니다.
병원마다 분명 잘하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홈페이지에서 손님한테 와닿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잘하는 걸 첫 화면에 크게 써놨는데 정작 손님이 궁금한 건 다른 거라 그냥 지나쳐버리기도 하고,
메뉴 깊숙한 곳에 정말 좋은 내용이 있는데 거기까지 아무도 안 들어가기도 합니다.
음식으로 치면 가장 자신 있는 메뉴를 메뉴판 맨 뒤에 작게 적어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만들기 전에 꽤 오래 묻습니다.
이 병원이 진짜 잘하는 건 뭔지, 그 진료를 찾는 분들은 누구인지, 그분들이 페이지에서 무엇을 먼저 보고 싶어 하는지.
전에 작업한 한 치과는 라미네이트와 임플란트를 주력으로 하는 곳이었습니다.
같은 병원, 같은 홈페이지인데 두 페이지는 완전히 다르게 기획했습니다.
라미네이트는 20~30대 분들이 심미 치료를 찾아 많이 오십니다.
그래서 그 페이지는 사진을 크게 쓰고 여백을 넉넉히 둬서, 잡지 한 페이지를 넘기는 느낌이 나게 잡았습니다.
임플란트는 50~60대 분들이 많이 보십니다.
그래서 그 페이지는 예쁜 것보다 글자를 키우고, 원장님이 임플란트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해왔는지, 이 병원을 믿어도 되는지가 먼저 읽히게 만들었습니다.
화면만 보면 한 병원의 페이지가 맞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 페이지에 오는 손님이 다르니 차려야 하는 상도 달라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기획의 일부입니다.
그 답이 나와야 페이지 구조가 나오고, 구조가 나와야 코드를 짭니다.
순서가 바뀌면 예쁜데 아무것도 전달하지 못하는 홈페이지가 됩니다.
지금 보고 계신 이 홈페이지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틀 없이, 백지에서, 검색과 AI가 읽을 수 있는 구조로.
화면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더 오래 시간을 썼습니다.
홈페이지는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손님이 올 때마다 다시 차려지는 상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상이 매번 맛있으려면 주방이 먼저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합니다.
저희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꼼꼼하게 기획하고 설계하는 이유는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